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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이맘때쯤 거제도의 맛, 대구
용선정
2012. 2. 18. 20:19
한겨울 이맘때쯤 거제도의 맛, 대구 본문
[여성중앙]
대구는 커다란 입에 복을 물고 온다고 해서 '복 대구'라고도 불리고, 돌 틈 사이에서 센 물살을 견디고 살기 때문에 '돌 대구'라고도 불린다. 매년 이맘때쯤 거제도 외포항에서는 그럴싸하게 한판 대구 축제가 벌어진다.
바다의 호랑이로 불리는 대구
매년 이맘때쯤 되면 거제도 외포항은 상인들로 붐빈다.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크기의 대구를 직접 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대구는 우리나라 동해를 중심으로 여름에는 그 위의 찬 바다로 올라갔다가 겨울이 되면 남해 연안에서 산란을 한다. 보통 우리가 사시사철 만나는 대구는 대부분 동해안산으로 1~2년생이다. 그 이유는 동해안의 대구를 잡는 어선들은 규모가 작고 자망이라는 그물을 사용해 깊은 바다의 대구는 거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해안의 대구는 그 크기부터가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4년생쯤 되어 산란기에 이른 대구들만 남해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구가 진해만까지 오는 동안 몸이 단단해져 씹을 때 쫄깃한 맛이 다르다. 수산 기관에서는 대구의 알을 받아 인공 수정한 뒤 수정란과 치어를 방류하고, 그 결실을 통해 얻어진 대구는 동해안을 회유하다 다시 산란기에 진해만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동해에서는 사시사철 대구를 만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시기의 남해안 대구가 가장 맛있다.
주요 산란지는 경상남도 진해시 남쪽 해안에 있는 진해만으로 이곳에서 잡은 대구를 국내 최대의 대구 시장인 거제도 외포항에서 판매하는데 하루에 수확량이 100마리 정도는 되어야 '잘 잡았다'고 말한다. 이곳의 대구 맛을 아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은 외포항의 성원수산(011-881-6165) 등 중매인에게 택배로 대구를 주문하기도 한다. 그렇게 겨울 한철 대구를 팔아 한 해 살림을 사는 덕분에 거제도 사람들에게는 대구가 효자다.
오후 서너 시가 되면 꼭두새벽부터 대구를 잡으러 나간 배가 한 척, 두 척 외포항으로 귀항하는데 그렇게 잡아들인 대구는 다음 날 이른 새벽, 경매를 통해 값이 매겨진다. 새벽 6시쯤 이뤄지는 경매장은 전국 각지에서 온 상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경매를 할 때는 한 상자에 암컷과 수컷을 나란히 담아 가격을 매기는데, 그렇게 담겨진 대구의 가격은 단 몇 초 만에 판가름이 난다.
외포항의 노천 시장에서 대구의 판매 가격은 한 마리당 대략 3만~5만원 선. 대구 가운데에서도 알과 내장은 소금에 절여 젓갈로 사용하는데 일반 주부들이 구입할 경우 알과 내장 등을 젓갈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그래서 흔히들 내장은 버려두고, 국물에 넣고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알, 이리 등만 챙긴다. 대구의 머리는 구석구석 박혀 있는 살이 먹을 만해, 흔히 '대구뽈찜' 등의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새벽녘의 외포항 풍경. 사진 속 항구는 조용하지만, 외판장에서는 경매사의 대구 가격을 매기는 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대구탕

재료
대구 한 마리, 미나리·잘게 다진 파·청양 고추·굵은 소금 약간씩, 다시마 한 조각
만들기
1
_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어 끓인다.
2
_1이 어느 정도 끓으면 다시마를 꺼내고 깨끗하게 손질한 대구를 먹기 좋게 토막 낸 뒤 함께 넣고 끓인다.
3
_2가 어느 정도 익으면 이리와 미나리, 다진 파, 청양 고추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살짝 더 끓인다.
대구 떡국

재료
대구 한 마리, 다시마 한 조각, 대파·미나리·소금 약간씩
만들기
1
_냄비에 물을 넣고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 살짝 끓인다.
2
_1의 다시마를 꺼낸 뒤 대구를 토막 내 한 시간 가량 뼈가 물러질 정도로 끓인다.
3
_1에서 뼈를 추려낸 뒤 그 국물에 불려놓은 떡을 넣고 익힌다.
4
_2가 대충 익었을 때 대파, 미나리, 소금을 함께 넣고 살짝 끓인다. 기호에 따라 이리를 같이 넣기도 한다.
대구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리
거제도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거제도의 대구 요리에는 수컷에만 있는 이리(물고기 수컷의 배 속에 들어 있는 정액 덩어리)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이리를 '곤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곤이는 생선 배 속의 알 또는 생선 배 안에 든 새끼를 말한다. '이리'라고 하는 것이 옳지만 거제도민들조차 '곤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다.
이리는 대구탕에 넣으면 그 맛이 일품인데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은 어떤 식재료로도 흉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거제도 대구탕은 다시마를 넣고 끓인 물에 대구 살과 이리만 넣고 끓이다 미나리와 잘게 썬 파만 얹어서 말갛게 끓여 내놓는 게 전부다. 무를 넣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국물 맛이 시원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새해 첫날 먹는 대구 떡국.
생대구를 뼈까지 통째로 썰어 넣어야 깊은 맛이 살아나는데 거제에서는 대구 떡국을 먹지 않으면 새해를 맞는 게 아니라고 할 정도로 특별한 음식이다. 그렇기에 만드는 과정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우선 커다란 냄비에 대구를 넣고 한 시간 이상 뼈가 물렁해질 만큼 푹 끓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뼈만 추려내고 남은 진한 국물에 떡을 넣어 끓이면 대구 떡국을 맛볼 수 있다.
대구가 국물 요리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구 알로 만든 젓갈은 '대구 어란해'라는 이름으로 임금님께 진상되기도 했고, 아가미와 내장으로 만든 대구 장지젓도 밥도둑이다. 오래 묵은 된장과 생대구 살을 버무린 다음 썰어둔 묵은지와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쪄낸 대구 묵은지찜은 이곳의 별미. 이제는 옛날 이야기지만 대구를 약으로도 만들어 먹기도 했다. 3일 동안 얼리고, 4일 동안 녹는 과정을 3개월 동안 반복한 약대구로 죽을 쑤어 먹으면 감기 몸살이 낫고 피로 해소에 좋다고. 약대구 갱죽은 겨울 바다와 씨름하는 어부들의 피로를 달래주는 소중한 밥상이기도 했다.
거제도 사람들이 최고로 친다는 수컷 대구의 손질법.

1
_우선 순서로 조심스럽게 배를 가른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2
_이리가 보이면 살짝 꺼낸다.
3
_이렇게 꺼낸 이리는 두었다가 탕 요리를 할 때 먹기 좋게 썰어 넣는다.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할 수 있으니, 양을 적당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4
_안에 들어 있는 내장과 아가미는 젓갈을 담글 때 이용하기도 한다.

위의 사진은 축제를 앞두고 대구를 말리고 있는 풍경이다. 이곳 상인들은 하나같이 말린 대구가 노력도 더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더 맛있다고 말한다. 다만 젓갈로 사용하는 내장은 빼놓고 말리는 까닭에 생대구보다 5000원 정도 가격이 더 싸다고.
생대구보다 더 인기 좋은, 말린 대구
대구로 회를 뜬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기름기가 적어 횟감으로 잘 사용하지 않거니와 활어 유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 사람들은 말린 대구를 회처럼 즐겨 먹는데 우선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뒤 바닷바람에 일주일에서 열흘간 말린다. 그렇게 하면 대구의 배 부분은 바싹 마르고 살이 많은 등은 적당히 건조한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말린 대구를 잘게 썰어 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사실 이곳 어민들은 말린 대구 회를 더 맛있는 것으로 친다. 탕도 이렇게 말린 대구로 끓이면 감칠맛이 더하고, 토막을 내 쪄내면 대구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외포항 좌판에서 당일 혹은 잡은 지 하루 정도 지난 대구는 냉동으로 보관하기보다는 '일단' 말려놓고 본다. 이렇게 해도 대구 특유의 맛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추운 겨울, 외포항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말린 대구를 보고 있자면 나름대로 대구를 오래 보관하면서도 맛있게 요리해 내는 그들만의 지혜가 엿보인다.
말린 대구찜

재료
말린 대구 1마리, 미나리·적채·부추 약간씩, 통깨·간장 1큰술씩
만들기
1
_말린 대구를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깊이 칼집을 내 가른 뒤, 알맞은 크기로 등분해서 자른다.
2
_1을 물로 한 번 씻은 뒤 찜통에 넣고 10~15분간 찐다.
3
_2의 뚜껑을 열어 잘게 썬 미나리와 적채, 부추를 넣고 한 김 더 찐다.
4
_3을 그릇에 담아 통깨를 뿌린 뒤 간장과 함께 내놓는다.

말린 대구찜은 복잡한 과정 없이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다. 따뜻할 때 먹어도 좋지만 식은 뒤에 먹어도 비린내가 나지 않아 맛있다.
기획_이미정 사진_문덕관
여성중앙 2012 1월호
< 저작권자ⓒ제이 콘텐트리 여성중앙.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저작권자 중앙m&b> 여성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여성중앙]
대구는 커다란 입에 복을 물고 온다고 해서 '복 대구'라고도 불리고, 돌 틈 사이에서 센 물살을 견디고 살기 때문에 '돌 대구'라고도 불린다. 매년 이맘때쯤 거제도 외포항에서는 그럴싸하게 한판 대구 축제가 벌어진다.
바다의 호랑이로 불리는 대구
매년 이맘때쯤 되면 거제도 외포항은 상인들로 붐빈다.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크기의 대구를 직접 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대구는 우리나라 동해를 중심으로 여름에는 그 위의 찬 바다로 올라갔다가 겨울이 되면 남해 연안에서 산란을 한다. 보통 우리가 사시사철 만나는 대구는 대부분 동해안산으로 1~2년생이다. 그 이유는 동해안의 대구를 잡는 어선들은 규모가 작고 자망이라는 그물을 사용해 깊은 바다의 대구는 거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해안의 대구는 그 크기부터가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4년생쯤 되어 산란기에 이른 대구들만 남해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구가 진해만까지 오는 동안 몸이 단단해져 씹을 때 쫄깃한 맛이 다르다. 수산 기관에서는 대구의 알을 받아 인공 수정한 뒤 수정란과 치어를 방류하고, 그 결실을 통해 얻어진 대구는 동해안을 회유하다 다시 산란기에 진해만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동해에서는 사시사철 대구를 만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시기의 남해안 대구가 가장 맛있다.
주요 산란지는 경상남도 진해시 남쪽 해안에 있는 진해만으로 이곳에서 잡은 대구를 국내 최대의 대구 시장인 거제도 외포항에서 판매하는데 하루에 수확량이 100마리 정도는 되어야 '잘 잡았다'고 말한다. 이곳의 대구 맛을 아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은 외포항의 성원수산(011-881-6165) 등 중매인에게 택배로 대구를 주문하기도 한다. 그렇게 겨울 한철 대구를 팔아 한 해 살림을 사는 덕분에 거제도 사람들에게는 대구가 효자다.
오후 서너 시가 되면 꼭두새벽부터 대구를 잡으러 나간 배가 한 척, 두 척 외포항으로 귀항하는데 그렇게 잡아들인 대구는 다음 날 이른 새벽, 경매를 통해 값이 매겨진다. 새벽 6시쯤 이뤄지는 경매장은 전국 각지에서 온 상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경매를 할 때는 한 상자에 암컷과 수컷을 나란히 담아 가격을 매기는데, 그렇게 담겨진 대구의 가격은 단 몇 초 만에 판가름이 난다.
외포항의 노천 시장에서 대구의 판매 가격은 한 마리당 대략 3만~5만원 선. 대구 가운데에서도 알과 내장은 소금에 절여 젓갈로 사용하는데 일반 주부들이 구입할 경우 알과 내장 등을 젓갈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그래서 흔히들 내장은 버려두고, 국물에 넣고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알, 이리 등만 챙긴다. 대구의 머리는 구석구석 박혀 있는 살이 먹을 만해, 흔히 '대구뽈찜' 등의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새벽녘의 외포항 풍경. 사진 속 항구는 조용하지만, 외판장에서는 경매사의 대구 가격을 매기는 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대구탕
재료
대구 한 마리, 미나리·잘게 다진 파·청양 고추·굵은 소금 약간씩, 다시마 한 조각
만들기
1
_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어 끓인다.
2
_1이 어느 정도 끓으면 다시마를 꺼내고 깨끗하게 손질한 대구를 먹기 좋게 토막 낸 뒤 함께 넣고 끓인다.
3
_2가 어느 정도 익으면 이리와 미나리, 다진 파, 청양 고추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살짝 더 끓인다.
대구 떡국
재료
대구 한 마리, 다시마 한 조각, 대파·미나리·소금 약간씩
만들기
1
_냄비에 물을 넣고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 살짝 끓인다.
2
_1의 다시마를 꺼낸 뒤 대구를 토막 내 한 시간 가량 뼈가 물러질 정도로 끓인다.
3
_1에서 뼈를 추려낸 뒤 그 국물에 불려놓은 떡을 넣고 익힌다.
4
_2가 대충 익었을 때 대파, 미나리, 소금을 함께 넣고 살짝 끓인다. 기호에 따라 이리를 같이 넣기도 한다.
대구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리
거제도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거제도의 대구 요리에는 수컷에만 있는 이리(물고기 수컷의 배 속에 들어 있는 정액 덩어리)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이리를 '곤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곤이는 생선 배 속의 알 또는 생선 배 안에 든 새끼를 말한다. '이리'라고 하는 것이 옳지만 거제도민들조차 '곤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다.
이리는 대구탕에 넣으면 그 맛이 일품인데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은 어떤 식재료로도 흉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거제도 대구탕은 다시마를 넣고 끓인 물에 대구 살과 이리만 넣고 끓이다 미나리와 잘게 썬 파만 얹어서 말갛게 끓여 내놓는 게 전부다. 무를 넣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국물 맛이 시원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새해 첫날 먹는 대구 떡국.
생대구를 뼈까지 통째로 썰어 넣어야 깊은 맛이 살아나는데 거제에서는 대구 떡국을 먹지 않으면 새해를 맞는 게 아니라고 할 정도로 특별한 음식이다. 그렇기에 만드는 과정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우선 커다란 냄비에 대구를 넣고 한 시간 이상 뼈가 물렁해질 만큼 푹 끓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뼈만 추려내고 남은 진한 국물에 떡을 넣어 끓이면 대구 떡국을 맛볼 수 있다.
대구가 국물 요리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구 알로 만든 젓갈은 '대구 어란해'라는 이름으로 임금님께 진상되기도 했고, 아가미와 내장으로 만든 대구 장지젓도 밥도둑이다. 오래 묵은 된장과 생대구 살을 버무린 다음 썰어둔 묵은지와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쪄낸 대구 묵은지찜은 이곳의 별미. 이제는 옛날 이야기지만 대구를 약으로도 만들어 먹기도 했다. 3일 동안 얼리고, 4일 동안 녹는 과정을 3개월 동안 반복한 약대구로 죽을 쑤어 먹으면 감기 몸살이 낫고 피로 해소에 좋다고. 약대구 갱죽은 겨울 바다와 씨름하는 어부들의 피로를 달래주는 소중한 밥상이기도 했다.
거제도 사람들이 최고로 친다는 수컷 대구의 손질법.
1
_우선 순서로 조심스럽게 배를 가른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2
_이리가 보이면 살짝 꺼낸다.
3
_이렇게 꺼낸 이리는 두었다가 탕 요리를 할 때 먹기 좋게 썰어 넣는다.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할 수 있으니, 양을 적당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4
_안에 들어 있는 내장과 아가미는 젓갈을 담글 때 이용하기도 한다.
위의 사진은 축제를 앞두고 대구를 말리고 있는 풍경이다. 이곳 상인들은 하나같이 말린 대구가 노력도 더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더 맛있다고 말한다. 다만 젓갈로 사용하는 내장은 빼놓고 말리는 까닭에 생대구보다 5000원 정도 가격이 더 싸다고.
생대구보다 더 인기 좋은, 말린 대구
대구로 회를 뜬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기름기가 적어 횟감으로 잘 사용하지 않거니와 활어 유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 사람들은 말린 대구를 회처럼 즐겨 먹는데 우선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뒤 바닷바람에 일주일에서 열흘간 말린다. 그렇게 하면 대구의 배 부분은 바싹 마르고 살이 많은 등은 적당히 건조한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말린 대구를 잘게 썰어 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사실 이곳 어민들은 말린 대구 회를 더 맛있는 것으로 친다. 탕도 이렇게 말린 대구로 끓이면 감칠맛이 더하고, 토막을 내 쪄내면 대구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외포항 좌판에서 당일 혹은 잡은 지 하루 정도 지난 대구는 냉동으로 보관하기보다는 '일단' 말려놓고 본다. 이렇게 해도 대구 특유의 맛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추운 겨울, 외포항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말린 대구를 보고 있자면 나름대로 대구를 오래 보관하면서도 맛있게 요리해 내는 그들만의 지혜가 엿보인다.
말린 대구찜
재료
말린 대구 1마리, 미나리·적채·부추 약간씩, 통깨·간장 1큰술씩
만들기
1
_말린 대구를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깊이 칼집을 내 가른 뒤, 알맞은 크기로 등분해서 자른다.
2
_1을 물로 한 번 씻은 뒤 찜통에 넣고 10~15분간 찐다.
3
_2의 뚜껑을 열어 잘게 썬 미나리와 적채, 부추를 넣고 한 김 더 찐다.
4
_3을 그릇에 담아 통깨를 뿌린 뒤 간장과 함께 내놓는다.
말린 대구찜은 복잡한 과정 없이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다. 따뜻할 때 먹어도 좋지만 식은 뒤에 먹어도 비린내가 나지 않아 맛있다.
기획_이미정 사진_문덕관
여성중앙 2012 1월호
대구는 커다란 입에 복을 물고 온다고 해서 '복 대구'라고도 불리고, 돌 틈 사이에서 센 물살을 견디고 살기 때문에 '돌 대구'라고도 불린다. 매년 이맘때쯤 거제도 외포항에서는 그럴싸하게 한판 대구 축제가 벌어진다.
바다의 호랑이로 불리는 대구
매년 이맘때쯤 되면 거제도 외포항은 상인들로 붐빈다.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크기의 대구를 직접 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대구는 우리나라 동해를 중심으로 여름에는 그 위의 찬 바다로 올라갔다가 겨울이 되면 남해 연안에서 산란을 한다. 보통 우리가 사시사철 만나는 대구는 대부분 동해안산으로 1~2년생이다. 그 이유는 동해안의 대구를 잡는 어선들은 규모가 작고 자망이라는 그물을 사용해 깊은 바다의 대구는 거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요 산란지는 경상남도 진해시 남쪽 해안에 있는 진해만으로 이곳에서 잡은 대구를 국내 최대의 대구 시장인 거제도 외포항에서 판매하는데 하루에 수확량이 100마리 정도는 되어야 '잘 잡았다'고 말한다. 이곳의 대구 맛을 아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은 외포항의 성원수산(011-881-6165) 등 중매인에게 택배로 대구를 주문하기도 한다. 그렇게 겨울 한철 대구를 팔아 한 해 살림을 사는 덕분에 거제도 사람들에게는 대구가 효자다.
오후 서너 시가 되면 꼭두새벽부터 대구를 잡으러 나간 배가 한 척, 두 척 외포항으로 귀항하는데 그렇게 잡아들인 대구는 다음 날 이른 새벽, 경매를 통해 값이 매겨진다. 새벽 6시쯤 이뤄지는 경매장은 전국 각지에서 온 상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경매를 할 때는 한 상자에 암컷과 수컷을 나란히 담아 가격을 매기는데, 그렇게 담겨진 대구의 가격은 단 몇 초 만에 판가름이 난다.
외포항의 노천 시장에서 대구의 판매 가격은 한 마리당 대략 3만~5만원 선. 대구 가운데에서도 알과 내장은 소금에 절여 젓갈로 사용하는데 일반 주부들이 구입할 경우 알과 내장 등을 젓갈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그래서 흔히들 내장은 버려두고, 국물에 넣고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알, 이리 등만 챙긴다. 대구의 머리는 구석구석 박혀 있는 살이 먹을 만해, 흔히 '대구뽈찜' 등의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대구탕
재료
대구 한 마리, 미나리·잘게 다진 파·청양 고추·굵은 소금 약간씩, 다시마 한 조각
만들기
1
_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어 끓인다.
2
_1이 어느 정도 끓으면 다시마를 꺼내고 깨끗하게 손질한 대구를 먹기 좋게 토막 낸 뒤 함께 넣고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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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2가 어느 정도 익으면 이리와 미나리, 다진 파, 청양 고추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살짝 더 끓인다.
대구 떡국
재료
대구 한 마리, 다시마 한 조각, 대파·미나리·소금 약간씩
만들기
1
_냄비에 물을 넣고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 살짝 끓인다.
2
_1의 다시마를 꺼낸 뒤 대구를 토막 내 한 시간 가량 뼈가 물러질 정도로 끓인다.
3
_1에서 뼈를 추려낸 뒤 그 국물에 불려놓은 떡을 넣고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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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2가 대충 익었을 때 대파, 미나리, 소금을 함께 넣고 살짝 끓인다. 기호에 따라 이리를 같이 넣기도 한다.
대구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리
거제도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거제도의 대구 요리에는 수컷에만 있는 이리(물고기 수컷의 배 속에 들어 있는 정액 덩어리)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이리를 '곤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곤이는 생선 배 속의 알 또는 생선 배 안에 든 새끼를 말한다. '이리'라고 하는 것이 옳지만 거제도민들조차 '곤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다.
이리는 대구탕에 넣으면 그 맛이 일품인데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은 어떤 식재료로도 흉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거제도 대구탕은 다시마를 넣고 끓인 물에 대구 살과 이리만 넣고 끓이다 미나리와 잘게 썬 파만 얹어서 말갛게 끓여 내놓는 게 전부다. 무를 넣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국물 맛이 시원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새해 첫날 먹는 대구 떡국.
생대구를 뼈까지 통째로 썰어 넣어야 깊은 맛이 살아나는데 거제에서는 대구 떡국을 먹지 않으면 새해를 맞는 게 아니라고 할 정도로 특별한 음식이다. 그렇기에 만드는 과정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우선 커다란 냄비에 대구를 넣고 한 시간 이상 뼈가 물렁해질 만큼 푹 끓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뼈만 추려내고 남은 진한 국물에 떡을 넣어 끓이면 대구 떡국을 맛볼 수 있다.
대구가 국물 요리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구 알로 만든 젓갈은 '대구 어란해'라는 이름으로 임금님께 진상되기도 했고, 아가미와 내장으로 만든 대구 장지젓도 밥도둑이다. 오래 묵은 된장과 생대구 살을 버무린 다음 썰어둔 묵은지와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쪄낸 대구 묵은지찜은 이곳의 별미. 이제는 옛날 이야기지만 대구를 약으로도 만들어 먹기도 했다. 3일 동안 얼리고, 4일 동안 녹는 과정을 3개월 동안 반복한 약대구로 죽을 쑤어 먹으면 감기 몸살이 낫고 피로 해소에 좋다고. 약대구 갱죽은 겨울 바다와 씨름하는 어부들의 피로를 달래주는 소중한 밥상이기도 했다.
거제도 사람들이 최고로 친다는 수컷 대구의 손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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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우선 순서로 조심스럽게 배를 가른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2
_이리가 보이면 살짝 꺼낸다.
3
_이렇게 꺼낸 이리는 두었다가 탕 요리를 할 때 먹기 좋게 썰어 넣는다.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할 수 있으니, 양을 적당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4
_안에 들어 있는 내장과 아가미는 젓갈을 담글 때 이용하기도 한다.
생대구보다 더 인기 좋은, 말린 대구
대구로 회를 뜬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기름기가 적어 횟감으로 잘 사용하지 않거니와 활어 유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 사람들은 말린 대구를 회처럼 즐겨 먹는데 우선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뒤 바닷바람에 일주일에서 열흘간 말린다. 그렇게 하면 대구의 배 부분은 바싹 마르고 살이 많은 등은 적당히 건조한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말린 대구를 잘게 썰어 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사실 이곳 어민들은 말린 대구 회를 더 맛있는 것으로 친다. 탕도 이렇게 말린 대구로 끓이면 감칠맛이 더하고, 토막을 내 쪄내면 대구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외포항 좌판에서 당일 혹은 잡은 지 하루 정도 지난 대구는 냉동으로 보관하기보다는 '일단' 말려놓고 본다. 이렇게 해도 대구 특유의 맛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추운 겨울, 외포항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말린 대구를 보고 있자면 나름대로 대구를 오래 보관하면서도 맛있게 요리해 내는 그들만의 지혜가 엿보인다.
말린 대구찜
재료
말린 대구 1마리, 미나리·적채·부추 약간씩, 통깨·간장 1큰술씩
만들기
1
_말린 대구를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깊이 칼집을 내 가른 뒤, 알맞은 크기로 등분해서 자른다.
2
_1을 물로 한 번 씻은 뒤 찜통에 넣고 10~15분간 찐다.
3
_2의 뚜껑을 열어 잘게 썬 미나리와 적채, 부추를 넣고 한 김 더 찐다.
4
_3을 그릇에 담아 통깨를 뿌린 뒤 간장과 함께 내놓는다.
기획_이미정 사진_문덕관
여성중앙 2012 1월호